실패를대하는법1 발효라는 이름의 다정한 실패, 그 씁쓸한 맛이 가르쳐준 것들 오후의 차를 한 모금 머금고 창밖을 내다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문득 수년 전 처음 담갔던 물김치가 쉰 내를 풍기며 하수구로 흘러가던 그날의 기억이 스칩니다.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서러웠는지요. 밤새 씻고, 다듬고, 절였던 나의 시간들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사실 그날, 저는 김치통을 씻으며 울음을 참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겨우 김치 한 통일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내 살림의 능력을 시험받는 것 같은 무거운 숙제였거든요. 통 속의 김치들은 제 마음 같지 않게 물러터져 있었고,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퀴퀴한 냄새는 '넌 아직 살림을 할 자격이 없어'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실패가 두려워 한동안 발효를 멀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발효의 세계에.. 2026. 6.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