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의리듬1 신발 속의 미세한 마찰을 지우다 : 고밀도 메리노 울 양말과 보행의 리듬 축축한 피부 마찰음과 보행의 밸런스를 흩트리는 신발 속의 유격어느 계절의 경계선에 서 있던 늦가을의 주말, 마음의 결을 정돈하기 위해 무작정 길을 나섰던 적이 있습니다. 호젓한 삼청동 돌담길에서부터 인왕산 자락의 나지막한 산책로까지 단정하게 걸어볼 요량이었지요. 날씨도 단정했고, 발에 안착한 가죽 워커의 피팅감도 더할 나위 없이 수평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걸음을 옮긴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내 의식 전체는 길가의 호젓한 풍경이 아니라 신발 내부의 둔탁하고 불쾌한 감촉으로 빠르게 쏠려가기 시작했습니다.범인은 신발이 아니라, 아침에 찬장에서 무심코 꺼내 신었던 저가 합성섬유 양말이었습니다. 보행이 거듭될수록 발바닥에서 배어 나온 미세한 수분과 땀이 배출되지 못한 채 양말 원단 표면에 갇혀 축.. 2026. 10.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