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수평정렬1 세상과의 경계면을 맑게 다듬다 : 안경 렌즈의 유분 제거와 티타늄 피팅이 선사하는 시각적 해방 서재 의자에 몸을 맡기고 세상을 맑게 관조하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었을 때, 생각의 흐름을 방해한 것은 책 속의 난해한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모니터 빛을 받자마자 렌즈 중앙에서 유영하듯 번져나가는 기괴한 무지갯빛 유분의 형태 때문이었지요. 안경을 코끝으로 살짝 내리고 렌즈를 불빛에 비추어보니, 지나간 오후의 서사가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 때 튀었을 미세한 유분 방울, 모니터에 몰입하며 콧대를 고쳐 쥘 때마다 남겨진 둔탁한 지문, 그리고 공기 중을 헤엄치다 안착한 미세먼지들이 렌즈 표면 위에서 산만한 영토 싸움을 벌이고 있었더군요.더 기막힌 건 안경테가 얼굴 위에 안착해 있는 비틀린 꼴이었습니다. 가방 속에 무심하게 던져두었던 여파인지 오른쪽 다리는 관자놀이를 압박하고 있었고 왼쪽.. 2026. 10.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