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용기수납1 미각의 무질서를 없애본다 : 차가운 캡슐 속 식재료의 레이어링과 미식 오거나이징 문을 열면 펼쳐지는 유통기한의 고고학 박물관어느 늦은 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주방으로 다가가 냉장고 문을 벌컥 열었을 때입니다. 훤하게 불이 들어오는 차가운 캡슐 안에서 저를 반겨준 것은 갓 조리된 유기농 식재료의 향연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비닐봉지 뭉치들과, 언제 배달되었는지 기한을 추정할 수조차 없는 찌개용 양념장 용기들의 괴기스러운 행렬이었습니다.손을 깊숙이 밀어 넣어 구석에 박혀있던 소스 병을 꺼내 들었습니다. 유통기한 라벨은 이미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흐릿하게 지워져 있었고, 병뚜껑 테두리에는 말라붙은 굴소스 슬러지가 경화되어 마치 고대 유적지의 아티팩트처럼 단단하게 고착되어 있더군요. 문을 열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차갑고 텁텁한 냉기와 비닐봉지들의 기.. 2026. 9.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