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일상14 형광등을 끄면 비로소 시작되는 감성 살림 : 늦여름 밤, 서늘한 바람과 함께 향을 켜는 시간 기승을 부리던 삼복더위의 맹렬한 기세도 해 질 녘이 되면 한풀 꺾이고, 창문 너머로 제법 결이 달라진 서늘한 밤바람이 슬그머니 스며드는 늦여름의 길목입니다. 낮 동안 온 세상을 뜨겁게 달구며 피어오르던 찌는 듯한 열기가 차분하게 식어가고, 저 멀리 하늘이 어스름한 보랏빛과 남빛으로 몽글몽글 물들어갈 때면, 집안을 감싸고 있던 공기 역시 낮과는 전혀 다른 차분하고 깊은 결을 갖추기 시작하죠. 소란스러웠던 하루의 소음이 하나둘 저물어가는 이 무렵이 되면, 저는 일상 속에서 가장 다정하고 정갈한 나만의 밤의 의식을 시작하곤 합니다. 바로 천장에 붙어있던 주광색 형광등을 단호하게 끄고, 조그마한 스탠드 조명과 은은한 향을 피워 올리는 일입니다.우리는 흔히 집안을 밝고 환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심코 천장의.. 2026. 8. 23. 건조기 시대에 굳이 풀 먹여 다림질하는 사연 : 구겨진 마음에 뜨거운 스팀 팍팍 주는 법! "솔직히 고백하자면, 요즘 같은 세상에 옷이나 찻잔 받침에 '풀을 먹여 다림질한다'는 말을 들으면 십중팔구 이런 반응이 돌아옵니다. '아니, 세탁기가 알아서 빨아주고 건조기가 주름까지 대충 펴주는 시대에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가내수공업을 하고 계신가요?' 하고 말입니다."맞는 말씀입니다! 스마트폰 버튼 하나만 딸깍 누르면 로봇 청소기가 돌아가고, 구김 방지 기능이 탑재된 최첨단 가전제품들이 수두룩한 21세기에, 굳이 쌀가루나 옥수수 전분을 개어 만든 풀물에 천을 적시고 스팀다리미를 꺼내 드는 행위는 지극히 비효율적이고 지독하게 번거로운 '사서 고생'처럼 보일 수 있지요. 하지만 한 번이라도 살짝 풀을 먹여 뼛속까지 팽팽하게 다려낸 리넨 테이블보 위에 찻잔을 올려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그 .. 2026. 8. 6. 비 오는데 향 피우면 절 냄새 난다고요? 창문 5cm의 기적과 '뇌 스위치' 끄는 법! "솔직히 말해봅시다. 비 오는 날 거실 창문을 살짝 열고 향(Incense)을 피우거나 양초에 불을 붙이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속으로는 '우아하고 운치 있다' 싶다가도, 막상 내가 집에서 해보려고 하면 온갖 지극히 현실적이고 산통 깨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곤 하지요. “향을 피우면 집 안이 무슨 산사나 제삿날처럼 변하는 거 아냐?”, “비 오는 날 습해서 환기도 안 될 텐데 연기 마시면 건강에 해로운 건 아닐까?”, “촛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다고 해서 대체 내 머릿속 복잡한 걱정이 사라지긴 하는 걸까?” 하는 질문들 말입니다. 자, 남들의 감성 스타일에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세세하게 따져보는 대한민국 독자분들의 그 야무지고 유쾌한 궁금증을 오늘 저 보라카.. 2026. 8. 5. 아날로그 갬성 찾다가 만년필 세척만 한 시간째... 굳은 잉크 털어내고 찾은 진짜 쉼표 "스마트폰의 스마트한 메모 앱을 놔두고 왜 굳이 잉크가 번지는 옛날 펜을 꺼내 드느냐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절반은 낭만이고 절반은 오기입니다."요즘 세상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이지요.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스마트폰만 들고 있으면 엄지손가락 몇 번 튕기는 것으로 오늘의 할 일 목록을 만들고, 떠오르는 감상을 1초 만에 저장하며, 심지어 내 마음 상태를 분석해 주는 인공지능까지 동원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오타가 나면 백스페이스키를 꾹 눌러 깔끔하게 지워버리면 그만이고, 지저분한 손때나 번짐 같은 건 감히 들어설 자리도 없지요! 그런데 이렇게 편리하고 매끄러운 화면 위에서 손가락을 지치게 굴리다 보면, 이상하게도 내 생각과 마음은 정돈되기는커녕 파도처럼 어지럽게 사방으로 흩어지곤 한답니다.이유가 대체 .. 2026. 8. 4. 식물하고 대화하는 사람 경계했는데요... 저도 모르게 시든 잎 잡고 속삭이고 있더라고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한때 식물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약간 경계했습니다."화원에 서서 화분이나 꽃자루를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아이고, 우리 예쁜이 오늘 기분이 안 좋아?” 하고 중얼거리는 풍경을 볼 때면, 겉으로는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속으로는 ‘저분은 일상이 많이 고단하신가 보다’ 하고 슬그머니 뒷걸음질치곤 했답니다! 식물에는 입도 없고 귀도 없는데 대체 무슨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말인가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세상만사 호언장담할 게 하나도 없다더니, 어느덧 저 보라카이 역시 집 안 거실 한구석 화병 앞에 서서 시들어가는 꽃잎을 들여다보며 혼잣말을 읊조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답니다. 삶이란 이처럼 스스로가 가장 미심쩍어하던 모습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가는 능청스러운 연극인가 봅니다.많은 .. 2026. 8. 3. 머릿속 복잡할 땐 거실 청소기 말고 책장으로! 먼지 털다 찾은 '다정한 일상의 쉼표'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날이면, 저는 가만히 책장 앞으로 다가가 서성이곤 합니다."살아가다 보면 머릿속이 수많은 생각의 파도로 소란스러워지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마음의 중심이 흔들리는 날을 마주하곤 하지요.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은 끝도 없이 쌓여가는데, 정작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마음만 조급해지는 순간 말이에요.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를 맞추기 위해 가쁘게 숨을 내쉬며 돌아온 집 안, 그 서늘한 고요함 속에서 저 보라카이는 거실 한구석 오랫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책장 앞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곤 한답니다.매일 무심코 스쳐 지나가던 책장이었건만, 가만히 시선을 멈추고 들여다본 책장은 어딘지 모르게 피곤한 기색을 띠고 있더라고요! 책들의 등표지 위에는 지난 계절 동안 조용히 내려앉은 뽀.. 2026. 8. 2.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