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그릇2 황금빛 놋그릇이 전하는 서늘한 안식 : 여름밤, 나를 다독이는 냉메밀과 육전 이야기 유난히 눅눅하고 질척이는 여름 바람이 거실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밤이면, 몸도 마음도 푹 적신 솜이불처럼 기분 좋게 무거워지곤 합니다. 찌는 듯한 더위에 지쳐 입맛은 진작에 자취를 감추었고, 저녁 밥상을 차려내는 일조차 커다란 숙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지요. 그렇다고 뙤약볕을 뚫고 나가 유명 국숫집 앞에 길게 줄을 서며 땀 한 바가지 쏟아내거나, 근사한 한정식집의 후덜덜한 차림표 앞에서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문득 찬장 깊은 곳,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던 황금빛 놋그릇 몇 개가 떠올랐습니다. 묵직하고 단정한 그릇을 꺼내 손으로 가만히 쓸어내리니, 차가운 금속 특유의 서늘함이 손바닥을 지나 지친 마음 끝까지 아련하게 퍼져나갑니다.그 순간 마음 먹었습니다. 오늘 밤은 나만을 위한, 혹은 사.. 2026. 8. 29. 식기세척기 놔두고 놋그릇 모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손이 가야 고와지는 '다정한 그릇의 온기' "이건 뭐 박물관 유물도 아니고, 왜 사서 고생을 하십니까?"어느 날 저희 집 주방에 놀러 온 친구가 싱크대 앞에 서서 초록색 수세미 대신 얼룩 제거용 식초물과 초극세사 행주를 들고 끙끙대는 저를 보며 던진 진심 어린 한마디였답니다! 식기세척기 버튼 하나만 딸깍 누르면 10분 만에 온갖 그릇이 뽀득뽀득 광을 내며 튀어나오는 세상에, 굳이 무게부터 남다른 묵직한 유기(놋그릇) 대접을 고집하고, 기름기 하나 잘못 묻으면 물자국이 얼룩덜룩 남는 흙 뚝배기를 손수 다듬고 있는 제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모양이지요.사실 저라고 왜 편한 걸 모르는 사람이겠어요! 바쁜 아침에 가볍고 잘 깨지지 않는 일회용 용기나 플라스틱 반찬통, 멜라민 그릇이 주는 압도적인 효율성과 편리함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2026. 7.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