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열대야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 방 안의 공기는 마치 오랫동안 물에 적셔둔 묵직한 솜이불처럼 기분 나쁘게 낮게 깔리곤 합니다. 창문을 열어두어도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고, 선풍기를 맞춰놓고 가만히 누워있어 보지만 살결에 닿는 이불이 어느 순간 끈적하게 들러붙는 그 답답함은 잠자리의 평온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맙니다. 뒤척일 때마다 몸이 내뿜은 체온과 땀 습기를 고스란히 흡수한 이불은 시원한 안식처가 아니라, 나를 무겁게 눌러 앉히는 축축한 옷가지처럼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에어컨 온도를 과도하게 내리면 다음 날 아침 목이 칼칼하고 감기 기운이 올라오기 쉽고, 푹 젖은 이불을 다시 끌어당겨 덮자니 스팀다리미 밑에 누워있는 것만 같아 번거롭더라도 침구의 수분 흡수력과 통기성을 근본적으로 살려내는 수공업적 세탁 노하우가 필요해집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침대 위 패드와 이불, 베개 커버까지 모조리 벗겨내어 세탁기 앞으로 향합니다. 여름철 리넨이나 인견, 혹은 피부에 닿는 면적을 줄여주는 까슬까슬한 리플 소재의 이불을 세탁할 때 흔히 범하는 치명적인 실수는 섬유유연제를 듬뿍 넣는 행동입니다.
은은한 향을 내려고 넣는 섬유유연제의 기름막 성분은 여름 옷감 특유의 성성하고 얇은 결을 코팅하듯 막아버립니다. 그 결과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공기를 통하게 만드는 이불 본연의 통기성이 꽉 막히게 되며, 세탁 후에도 누웠을 때 열기를 가두어 찌는 듯한 끈적임을 유발하는 주원인이 됩니다.
대신 세탁조에 마지막 헹굼물이 차오를 때 섬유유연제를 배제하고 살림백서 구연산을 한 스푼 풀어 넣거나 식초를 살짝 떨어뜨려 줍니다. 구연산의 약산성 성분은 침구에 배어있던 꿉꿉한 땀 냄새와 묵은 세제 잔여물을 깨끗하게 씻어낼 뿐만 아니라, 땀 성분 때문에 뻣뻣하게 굳어있던 섬유 결을 자연스럽게 살려내어 원단 본래의 사각거리는 감촉을 고스란히 회복시켜 줍니다.
세탁기가 탈수를 마치고 문을 열었을 때 인공적인 향료 대신 정갈하고 깔끔한 무취의 깨끗함이 상쾌하게 풍겨 나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바람이 통하는 창가 건조대에 세탁을 마친 이불을 두 손으로 잡고 탕탕 털어 넓게 펼쳐줍니다. "탁, 탁-" 하고 공기를 가르는 청량한 마찰음이 온 집안에 울려 퍼질 때, 축 늘어져 있던 섬유 조직 사이로 시원한 여름 바람이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이때 건조기의 강한 열풍 대신 햇살과 자연 바람을 빌려 말리는 과정은 여름 침구 관리의 핵심입니다. 여름날의 쨍한 햇볕은 옷감 깊숙이 남아있던 미세한 습기와 눅눅한 냄새를 한 점도 남김없이 부스러뜨려 주며, 옷감 전체에 살균된 듯한 서늘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입니다.
해 질 무렵, 바짝 마른 이불을 거두어 손바닥으로 가만히 쓸어내려 봅니다. 손끝에 와닿는 감촉은 아침의 축축하던 느낌과 완전히 다릅니다. 서걱서걱하면서도 사각거리는 특유의 보송함, 마치 잘 씻어놓은 도자기 표면처럼 서늘하고 정갈한 기운이 손바닥 전체로 스르륵 번져나갑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리는 이불을 침대 위에 팽팽하게 펼쳐놓습니다. 존스톤스 오브 엘긴(Johnstons of Elgin)이나 프리미엄 리넨 브랜드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정갈한 결처럼, 피부에 들러붙지 않고 공기를 살포시 머금어주는 서늘한 감촉이 살결에 와닿을 때 온몸의 긴장된 근축이 나른하게 풀려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불 하나를 정성껏 씻어내고 보송하게 다듬었을 뿐이지만, 하루 종일 열대야와 더위에 짓눌려 찌푸려졌던 일상의 구겨진 결까지 말끔하게 다려진 듯한 기분이 듭니다.
열대야라는 여름의 짓궂은 고비 속에서도, 밤이 되면 내 몸을 온전히 맡길 수 있는 보송하고 정갈한 자리가 차분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안도감은 가슴 깊은 곳에서 다정한 위안과 아늑한 여백을 선사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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