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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카이의 일상 쉼표

장마철 신발장 습기 & 냉장고 악취 제거법 :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으로 집 안 보송하게 만들기

by purple0123 2026. 8. 14.

지루하게 이어지는 장마와 푹푹 찍어 누르는 듯한 더위가 절정에 달하면, 집 안 곳곳의 오목하게 닫혀 있던 공간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기분 나쁜 습기와 묵은 악취를 품어내기 시작합니다. 땀과 빗물에 축축하게 젖은 채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신발장 문을 당기는 순간 밀려드는 퀴퀴한 흙냄새, 그리고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려 냉장고 문을 젖혔을 때 코끝을 찌르는 반찬 양념의 잔향은 무더위에 지친 일상의 감각을 한순간에 무겁게 가라앉히곤 합니다.

거실 에어컨을 가동해 실내 공기를 아무리 상쾌하게 맞춰놓아도, 신발장이나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퍼지는 꿉꿉함을 방치하면 공간 전체의 단정함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묵은 오염이 고착되어 위생적인 문제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장마철 습기와 땀으로 축축해진 신발들이 통풍 없이 밀집된 신발장 내부

예전에는 이 냄새와 습기를 지워보겠다고 마트에서 라벤더나 장미 향이 강하게 나는 인공 제습제와 방향제를 칸칸이 올려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발 바닥의 먼지와 밑창에 눌어붙은 습기를 그대로 둔 채 강한 인공 향을 덧씌우는 방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발냄새와 방향제 향이 기괴하게 얽힌 알 수 없는 악취를 만들어낼 뿐이었습니다.

결국 쾌적함의 본질은 눈 속임용 향을 덮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모여 있던 묵은 습기와 오염을 덜어내고 본래의 정갈함을 회복시키는 수공업적 기본으로 돌아가는 데 있었습니다.

손때 묻은 고무장갑을 끼고 신발장 안의 신발들을 모조리 밖으로 꺼내어 놓는 것으로 정돈을 시작합니다. 휑해진 신발장 칸칸마다 굴러다니던 일간 신문지를 두세 겹으로 평평하게 깔아줍니다. 신문지의 성성하고 섬유질이 살아있는 종이 결은 공기 중의 수분을 빠르게 흡수해 수분 고착을 막아주는 근사한 완충재 역할을 해냅니다.

그 위에 신발들을 간격을 두고 소복이 놓아준 뒤, 다 먹고 남은 원두 가루나 암앤해머(Arm & Hammer) 베이킹소다를 삼베 주머니나 구멍 난 양말에 꾹꾹 채워 신발장 구석과 땀이 가장 많이 차는 운동화 안쪽에 쏙쏙 집어넣어 줍니다. 베이킹소다 특유의 다공성 입자가 손끝에 서걱거리며 전달될 때, 신발장 안의 미세한 냄새 입자들이 흡착될 준비가 끝났음을 느끼게 됩니다.

신발장 칸에 신문지를 깔고 베이킹소다 삼베 주머니를 넣어 습기와 냄새를 잡는 모습

이때 손끝으로 체득한 소소하지만 확실한 기술은 신발장 문을 닫기 전, 두꺼운 종이나 부채를 들고 안쪽 공기를 향해 시원하게 바람질을 해주는 것입니다. 단 몇 초간 갇혀 있던 더운 공기를 밖으로 밀어내는 것만으로도 내부의 눅눅한 기온이 떨어지며 손을 밀어 넣었을 때 은은하고 가벼운 서늘함이 피어오릅니다.

신발장의 한숨을 돌려놓은 뒤 여세를 몰아 주방 냉장고 앞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선반 구석에 밀려나 있던 양념병 밑으로 기분 나쁘게 얼룩진 끈적임과 온가지 반찬 냄새가 얽혀 있던 차가운 공기를 가만히 마주합니다. 여름철 냉장고는 강한 냉기 때문에 습기가 없을 것 같지만, 실은 문을 열고 닫을 때 외부의 더운 공기가 내부의 찬 공기와 부딪히며 선반 구석구석에 미세한 수분과 잡내를 묵혀두게 만듭니다.

이 끈적이고 찌든 선반을 구원해 준 것은 강한 화학 세제가 아닌, 따뜻한 물에 구연산이나 식초를 살짝 풀어서 적신 마른행주 한 장이었습니다. 살림백서 구연산을 미지근한 물에 녹여 젖힌 행주로 선반의 기름때와 김치 양념 자국을 쓱 문질러 닦아내자, 산성 성분이 찌든 오염을 부드럽게 녹여내며 쩍쩍 들러붙던 유리 선반이 단숨에 뽀득뽀득하고 투명한 결을 되찾아갑니다.

구연산 녹인 물에 적신 행주로 냉장고 유리 선반의 양념 얼룩을 깨끗이 닦아내는 모습

선반을 다 닦아낸 뒤에는 냉장고 안쪽에 마시다 남은 김 빠진 원두커피나 작은 숯 한 조각, 혹은 뚜껑을 열어둔 베이킹소다 용기를 조용히 올려둡니다. 인공적인 약품 향이 아닌, 음식 본연의 신선함만을 남겨주는 무취의 차가움이 선반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채워나가기 시작합니다.

잘 마른 리넨 천으로 선반 구석의 잔여 수분까지 가셔 내고 나자,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코끝을 감돌던 텁텁한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눈까지 밝아지는 듯한 청량함이 피어오릅니다.

구연산 세척 후 베이킹소다 용기를 배치하여 냄새 없이 뽀득하게 정돈된 냉장고 내부

정돈을 마치고 현관 신발장과 주방 냉장고 문을 순서대로 가만히 열어봅니다. 사람을 질리게 만들던 묵직한 악취와 습기는 온데간데없고, 손끝에 와닿는 선반의 매끄러운 감촉과 코끝으로 스치는 무취의 알싸하고 보송한 기운이 마음을 다정하게 두드립니다.

집 안의 자그마한 공간 두 곳을 정성껏 비워내고 눅눅함을 덜어냈을 뿐이지만, 습기와 땀에 시달려 축축하게 젖어있던 마음의 결까지 보송하게 다려진 듯한 기분이 듭니다. 창밖은 여전히 축축한 습기로 가득할지라도, 머무는 집 안의 작은 구석들은 온전히 보송하고 쾌적하게 나를 반겨준다는 안도감이 가슴 깊은 곳에서 차분한 안식과 여백을 선사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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